드디어, 명예퇴직(명퇴)원을 작성하다.

직장이라는 나무로 남아있는 잎은 몇 개일까.텅 빈 교무실 내 자리에서 명예퇴직원을 작성하려니 별의별 생각이 다 든다. 전북 무주의 덕유산 자락중학교에서 시작해 경남 거제를 거쳐 평생의 터전이 된 경기도 안양까지. 34년 강산이 세 번 바뀌었으니 정말 오래 근무했다. 아직 정년을 생각하면 한참 남았는데 손叩을 칠 때 떠나라고 노 시인은 낙화로 말했다.

명퇴자, 명퇴수당 지급신청서, 서약서, 개인정보 수집 활용 동의서를 작성하면 3~4년의 학교생활이 주마등처럼 지나간다. 남들보다 유능하지도 성실하지도 않아 평생 평교사로 일했지만 늘 보듬어주는 가족이 있어 직장에서도 원만하게 살아왔기 때문이다.  이만큼 살면 부유하지 않을까 싶다. 내년 2월 말에 퇴직하지만 1, 2월은 쉬는 날이라 한 달 더 근무하는 것 같다. 밤에 학교에 남는 것도 오늘이 마지막인 것 같다. 끝이 다가오면 모든 것이 소중해지고 하루하루가 빠르게 지나간다. 이제 인생의 3막을 준비할 때일 것이다. 한번도 학교 울타리 밖에서 살아본 적이 없어서 기대와 불안이 겹쳐 다가온다. 그러나 인생은 초콜릿 상자 같다는 프레스토 검프의 대사처럼 뚜껑을 열기 전에는 무엇을 잡는지 아는 법 학교라는, 아니 직장이라는 내 나무에서 나뭇잎이 하나 혹은 둘 정도 남아 있을 것이다. 마지막 잎사귀가 떨어지는 그날을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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