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청춘을 바친다는 것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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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처럼 뭐든지 빠르게 변해가는 세상에서 자기 청춘을 바치고 한가지에만 몰두한다는 것은 어쩌면 바보같을지 모릅니다.  평생의직장이라는개념도사라지고계약직으로살아가는사람들이많은요즘은더욱그렇습니다.   그래서 그럴까요?  직장을다니면서도주식투자를같이하는사람도많고,부업을가진직장인들도많습니다.  제대로 된 대기업에 다니면서도 직장에서 잘린 뒤의 삶을 고민하는 사람도 많습니다.   뭔가 한 가지 일에 몰두해서 그것을 가업으로 활용하거나 자신의 청춘을 바친다는 것은 요즘 같은 현실에서는 천진한 일인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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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 김정호도 그런 인물입니다.  고산자 김정호는 지도에 미친 사람이라는 평가를 주변에서 받는 인물입니다.  외동딸을 남겨야 할 나이가 되는데 김종호는 전국 방방곡곡을 돌아다니느라 정신이 없네요.  그렇게 전국을 떠돌다 집에 돌아오면 지도를 만들기 위해 나무를 베고 목판을 새기느라 바빠요.   그렇게 김정호는 지도에 자신의 청춘과 자신의 삶을 바칩니다.     요즘 기준으로 보면 실패한 인생이죠.  가족을 전부 내팽개치고 지도를 만들었지만 아무런 보상도 받지 못했어요.  흥선대원군의 정치적 술수에 휘말려 박해를 받고 지도 목판까지 빼앗기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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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호의 삶은 순수했는지도 모릅니다.  지도를 그려서 민중의 삶을 좀 더 편안하게 해주고 싶은 바람.  “지도는 민중의 것”이라는 것.  그 때문에 자신의 청춘을 내팽개쳤지만 결국 돌아오는 일은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김정호가 틀렸다면 결국 지도에 자신의 청춘을 바쳤다는 것.  그리고 그것을 제대로 인정받지 못했다는 것.  그리고 김정호가 가진 꿈이 너무 순수했다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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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는 몇대에 이어 음식점을 하거나 몇대에 걸쳐 가업을 잇는 경우가 많지 않습니다.  오랫동안 뭐하는건 구시대적인 것 같아요.  열정을 가지고 청춘을 바쳐 무엇을 하는 것도 비슷해요.  보통 열정을 가지고 뭘하는건 돈이 안되는게 대부분이죠.  음악을 하든, 영화를 하든, 스타트업 기업을 하든 말이죠.     주식 투자가든 부동산 투자가든 그것은 열정보다는 자본과 정보의 싸움입니다.  그리고 우리 사회는 부가 모든 명예도 자부심도 얻을 수 있는 사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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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산자 대동여지도는 식민사관의 관점에서 영화를 만들었다는 비판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영화 스토리가 지도를 만드는 힘든 과정보다는 김정호를 둘러싼 정치적 사건이나 사람들의 이야기가 많아 안타까움을 남깁니다.     강우석 감독의 끈기 있는 이야기 전개는 이 영화에서 조금 퉁명스러워 보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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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강우석 감독도 많은 성공과 실패를 겪으면서 영화라는 것에 자신의 청춘을 바쳤어요.  어떤 난관에도 지도 작성을 게을리 하지 않았던 김정호를 보면서 자신의 모습을 발견했을지도 모릅니다.     김정호는 지도를 선택하고, 지도에 청춘을 바쳤고, 그 삶이 사회적으로 인정받지 못하고, 그의 삶만 놓고 보면 실패에 가깝습니다.  무모했을 수도 있습니다.  게다가 천진난만했습니다.  하지만 포기하지 않았어요.   강우석 감독도 비슷해요.  30년 이상 영화계에서 일하며 수많은 히트작을 연출했지만 영화 배급 회사를 설립하고 다양한 영화를 배급하는 실패의 쓴 맛을 보았습니다.  환갑을 바라보는 나이지만 그는 여전히 현역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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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우석 감독의 영화는 어떻게 보면 많은 허점이 보입니다.  우직한 이야기 전개가 조금은 세심해 보입니다.  이 영화는 흥행에서도 비평에서도 실패에 가깝다고 할 수 있어요.  그러나 그가 영화에 바쳐 온 인생과 청춘을.  그리고 그 열정을 함부로 평가할 수는 없습니다.  어떤 일을 한 30년 이상 한 직종에서 현역으로 일하는 것은 실력과 열정, 성실성 모든 것을 인정 받았다는 이야기이니까…   많은 사람들이 꿈을 향해 청춘을 바쳐보라고 합니다.  그러나 단순히 그렇게 말하는 것이 아니라 청춘을 바치는, 단지 실패한 많은 사람들을 비판하지 말고 감싸주었으면 합니다.  그들은 단지 그 꿈에 실패했을 뿐..  인생도 실패가 아니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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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을 바친다는 것은 자신의 인생에서 가장 찬란한 부분을 자신이 좋아하는 것으로 던지는 것입니다.  적어도 그 결정을 함부로 봐서는 안될 겁니다.  고산자 김정호는 단지 지도에 모든 것을 던졌을 뿐입니다.  강우석 감독도, 그리고 꿈을 이루기 위해 청춘을 던졌던 많은 사람들도.  그리고 그들은 적어도 그 선택과 그 열정과 그 진심은 존중받을 가치가 있습니다.